챗봇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착각이 든다. 이 친구가 나를 이해하는 것 같고, 기분이 있는 것 같고, 뭔가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알아 두자. 챗봇한테는 마음도, 기분도, 바람도 없다.
LLM(대형 언어 모델)이라 부르는 챗봇이 하는 일은 딱 하나다. '다음에 올 말 맞히기.' 아주 커다란 자동완성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크라우니는 좋은 ___'이라는 문장 다음 칸을 채운다고 하자. 챗봇은 자기가 본 적 있는 수많은 글에서, 이 자리에 어떤 단어가 더 자주 왔는지를 따져 후보를 고른다. '도구'가 가장 잦았다면 도구, 그다음이 '회사', 그다음이 '친구' 하는 식으로 확률에 따라 한 칸을 채운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본 패턴을 베껴서.
그래서 챗봇은 앵무새나 거울에 가깝다. 우리가 준 말을 그럴듯하게 되비출 뿐, 무엇을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맞히기'를 아주 잘하는 것이지 '이해'가 아니다.
여기서 가장 조심할 점이 나온다. 챗봇은 맞는 답도, 틀린 답도 똑같이 자신 있게 말한다. 패턴을 베껴 그럴듯한 문장을 만드는 데는 능하지만, 그 내용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따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사실이나 책, 숫자를 천연덕스럽게 지어내기도 한다. 이걸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른다.
역설적이게도, 챗봇이 막힘없이 술술 대답할수록 우리는 더 믿고 싶어진다. 그러니 거꾸로 하자. 대답이 매끈할수록 한 번 더 멈춰서 '정말 그런가' 확인하는 거다.
그렇다고 챗봇을 미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아니니 미안해할 일도 없다. 쓸모는 분명하다.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 주고, 막막한 첫 문장을 대신 떼어 주고, 생각을 정리하는 실마리를 던져 준다.
그래서 크라우니는 이 '새 답을 만드는' 기능을 평소엔 거의 쓰지 않고,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만 부른다. 챗봇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 — 이 한 가지만 정확히 알아도, 우리는 챗봇을 훨씬 똑똑하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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