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AI'라고 하면 곧장 챗봇을 떠올린다. 화면에 말을 걸면 대답이 줄줄 나오는 그것. 하지만 AI는 한 가지 물건의 이름이 아니다. AI는 비를 한꺼번에 막아 주는 우산처럼, 서로 다른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덮는 큰 이름이다.
그 우산 아래에는 성격이 아주 다른 식구들이 함께 산다.
규칙을 따지는 AI가 있다. '이러면 이렇게 하라'는 정해진 규칙(if-then)을 그대로 따른다. 정해진 일에는 가장 정확하다. 규칙대로만 움직이니 거짓말을 지어낼 틈이 없다.
찾아오는 AI가 있다. 새로 답을 만들지 않고, 예전에 본 것 중에서 맞는 것을 빠르게 찾아온다. 도서관 사서가 책을 새로 쓰지 않고 서가에서 꺼내 오듯이.
골라 분류만 하는 AI가 있다. 답을 새로 만들지는 않고, '이건 맞다·모르겠다·틀리다·내 일이 아니다' 같은 판정만 한다. 일종의 심판이다.
새 답을 만들어 보는 AI가 있다. 없던 문장이나 코드를 새로 지어 본다. 가장 창의적이지만, 가장 틀리기도 쉽다.
답이 맞는지 검사하는 AI가 있다. 누군가 만든 답을 실제로 돌려 보고 통과인지 실패인지 채점한다. 시험 감독관 같은 역할이다.
로봇 손을 움직이는 AI가 있다. 신호를 받아 실제 기계와 로봇 팔을 움직인다.
챗봇(LLM)은 이 식구들 중 딱 하나, '새 답을 만들어 보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 'AI는 곧 챗봇'이라고 말하면, 우산을 가리키며 "저건 빗방울 하나야"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이 책의 바탕이 되는 크라우니라는 시스템 안에는, 실제로 이렇게 여러 종류의 AI가 함께 산다. 규칙기반 셀코어(정해진 규칙을 따지는 모듈들), 검색 learn DB(이미 본 패턴을 찾아오는 창고), 분류기 거대SLM2(판정만 하는 심판), 삼진생성기(새 답을 만드는 쪽), 검증기 501브리지(답을 채점하는 감독관), 로봇제어 CrownyOS GPIO(기계를 움직이는 손), 그리고 챗봇인 LLM.
중요한 건 이걸 일부러 나눠 두었다는 점이다. 한 칸이 틀려도 다른 칸이 잡아 주라고. 만드는 칸과 검사하는 칸을 갈라 두면, 틀린 답이 슬쩍 지나가기 어렵다. 그리고 LLM은 이 식구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만 쓴다. 왜 그런지는 다음 장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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